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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소설과 에세이 24

[정세랑, 시선으로부터] 세상을 놀라게 하는 사람의 조각이 우리 안에 있으니까

어느 쪽이 더 오래갈 생각인지는 나중 사람들이 판단하겠지요 앞선 시대를 살고 있는 한 사람이 있었다. 누군가는 몹쓸 언행이라며 인상을 찌푸렸지만 그녀를 향해 세웠던 손가락질과 날 선 비난들은 도리어 마치 핏이 잘 맞은 옷을 입은 것처럼 새로운 시대에 큰 화두로 떠오르게 되었다.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사회의 부조리와 여성들이 억압을 받고 사는 것들에 대하여 목소리를 높였지만 그녀가 죽고 난 뒤, 십여 년이 지나서야 대중들은 시선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시선이 했던 말과 글들을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다. 한국전쟁으로 모든 가족을 잃고 하와이 이주민으로 살게 된 한 소녀가 있었다. 전쟁통에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여 기구한 운명의 소녀가 하와이에 살고 있다는 스토리였다면 이렇게까지 애통하진 않..

[김초엽, 므레모사] 단지 다른 방식의 삶을 원할 뿐이었다

므레모사 죽은 땅 위에 건설된 귀환자들의 마을. 그것이 므레모사에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이 도시의 닉네임이었다. 므레모사가 처음부터 생명력을 잃어버린 땅은 아니었다. 므레모사는 유독성 화학물질의 유출로부터 비극은 시작되었다. 죽어버린 땅이라고 사람들은 말했지만 정작 이곳에서 정착하며 살았던 사람들은 마을로 다시 돌아왔다. 사람들은 이들을 귀환자라고 불렀다.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에 다시 돌아오게 된 이유를 알고 싶어 하면서도 사람들은 정작 귀환자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지는 알고 싶어 하지 않았다. 진실이야 어찌 됐든 돌아온 귀환자들이 한없이 안타깝고 그저 구출해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전도유망한 무용수였지만 현재 다리 하나를 잃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안은 계속 춤을 추었다. 유안 곁에 남아..

[천선란,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괜찮아, 나도 괴물이야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재개발을 앞둔 인천의 한 철마재활병원에서 일어난 4번의 연속 자살사건. 수분이 빠져나가지 못해 잘 숙성된 포도주처럼 외로움과 우울만이 존재하고 삶의 의욕마저 잃어버린 재활병원의 환자들의 자살과 그들이 남긴 명분이 분명한 유서로 인해 사람들은 단순한 연쇄 자살사건으로 마무리를 짓고자 했다. 모두가 자살사건이라고 주장했지만 수연은 단순한 자살사건으로 치부하고 넘어가기엔 찜찜한 구석을 지울수가 없었다. 정의로움이 수사의 계기라기 보단 그녀가 가족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는 어릴 죽 문방구 주인이었던 할머니가 그곳에서 지내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계기가 무엇이었든 수연은 홀로 수사를 진행하기로 다짐한다. 수사하고 있는 도중 우연히 완다라는 인물을 만나게 되었고 그녀를 통해 이 사건의 용의자는 뱀..

[국경없는 의사회/정상훈] 어느 날, 죽음이 만나자고 했다

1. 국경 없는 의사회 "인종, 종교, 정치 성향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의료지원을 받을 권리가 있다." 국경 없는 의사회는 1971년 의료기술을 받을 권리의 신념 아래 몇몇 프랑스의 의사들과 기자들로부터 설립되었습니다. 1968년 5월 프랑스에서는 학생과 근로자들로 구성된 사회변혁운동인 68 혁명 또는 5월 혁명이라고 불리는 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미국 베트남 침공에 대항하여 의 파리 사무실을 습격한 대학생 8명이 체포가 된 것을 계기로 프랑스 시민들은 이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항의 시위 운동을 벌였습니다. 이 운동의 끔찍함을 이미 겪은 프랑스 시민들은 이후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어린아이들의 처참한 굶주림까지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프랑스의 젊은 의사들과 언론인들은 전쟁과 재난으로 극심한 피해를 입고 있는 ..

추억 수리 공장, 정리 정돈을 잘해 놓은 행복

1. 추억 수리 공장 줄거리 추억 수리 공장 소설의 주인공인 피피는 가족 중 할아버지를 가장 좋아합니다. 할아버지의 이름은 카이저 슈미츠로서 카를레온에서 고장 난 장난감이나 물건을 수리해주는 수리공으로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카를레온 구시가지의 상징인 시계탑의 수리도 맡고 있었죠. 학교를 마치고 피피는 매일 할아버지의 공방을 들르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어느 날, 할아버지는 시계탑에 있던 로봇 인형인 프리츠를 소개해주었고 피피에게 그는 좋은 친구가 되어 주었습니다. 피피의 학교 선생님께서는 카를레온의 시계탑은 곧 철거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피피의 할아버지 카이저 슈미츠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시계탑은 매우 튼튼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앞으로도 몇 백 년이 지나도 끄떡없게 만들어졌으며..

히가시노 게이고 데뷔 35주년 기념 작, 백조와박쥐

1. 히가시노 게이고, 백조와 박쥐 줄거리 도쿄 해안 도로변에 불법 주차된 차 안에서 의문의 사체가 발견이 되었습니다. 사체는 운전석이 아닌 뒷좌석에 칼에 찔린 채 그대로 굳어있었죠. 그의 이름은 시라이시 겐스케였고 명망이 높은 국선 변호사였습니다. 살해 용의자를 찾기 위해 고다이 형사와 나카마치 순경은 주변 사람들부터 샅샅이 뒤져서 조사를 벌였지만 이렇다 할 용의자를 찾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시라이시 겐스케의 주변 인물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그가 누구에게 살해당할만한 사람이 아니다." 고다이 형사와 나카마치 순경은 살해 용의자를 찾는데 포기란 없었습니다. 마침내 살해 용의자를 찾아냈습니다. 용의자는 아이치현 안조시에 살고 있는 구라키 다쓰로였습니다. 범행을 부인했지만 끊임없는 추적에 ..

나인, 기적이라는 의미를 가진 9번째 새싹

1. 나인 : 줄거리 승택을 만나기 전까지 나인은 그저 평범한 고등학생일 뿐이었습니다. 그녀의 친구인 미래나 현재처럼 부모님과 같은 가족은 없었지만 그녀에겐 지모가 있었죠. 사람들의 눈에 지모는 그저 이상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지만, 나인에게 지모는 유일한 가족이었습니다. 어느 날 나인에게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일들이 벌어졌고 그로 인해 그녀는 혼란에 빠졌습니다. 필연적으로 나인은 승택을 만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고 끝끝내 나인은 자신의 정체성과 주변에서 일어난 알 수 없는 현상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도현은 원우를 진심으로 좋아했습니다. 도현이 가진 권력과 돈을 쫓으려 하는 주변 사람들과는 달리 원우는 도현 자체를 좋아해 주었고 존중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도현의 부모님..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1. 가장 순수하게 사랑할 수 있는 나이 "지금의 너희들의 친구관계가 영원할 거라 생각하지 말거라.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는 순간 너희들은 여러 이해관계로 갈라지게 될 것이다. 그러니 지금 열심히 공부해 두는 것이 좋단다." 필자가 중고등학교 시절, 필자를 가르치던 학교 선생님들이 해주시던 말씀이셨습니다. 열 손가락 중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고 애지중지 키우던 자식 같은 제자들의 미래를 우려하는 마음에 해주신 조언이셨습니다. 실제로 전쟁터와 같은 사회생활에 몸을 담가보니 그들이 우리에게 무엇을 의도하며 말씀하셨는지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라. 그리고 미래에 '어떻게' 살것인지에 대해 신중하고 또 신중하라.'무엇'이 될지가 아닌, '어떻..

천선란 천 개의 파랑, 세상을 향해 천천히 달리는 연습 (결말有)

1. 인간 (human) x 로봇(robot) = 휴머노이드(humanoid) 2021년 10월 28일 이재명 대선후보가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 로봇박람회인 '2021 로보월드'에 참가하여 사족보행 로봇을 상대로 로봇성능 테스트에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이 테스트로 인해 다음날 이재명 대선후보는 '로봇 학대'라는 헤드라인 주제와 함께 신문 1면에 도배가 되면서 큰 화제성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가 참여했던 로봇성능 테스트는 넘어진 로봇의 복원능력을 실험하는 것으로서 외부 충격에 해당 로봇이 얼마큼 잘 대응하는가를 보여주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였던 원희룡 후보의 아내 강윤형 씨는 로봇을 학대했던 이재명 대선후보의 행위는 그의 인성이 잘 반영된 것이라며 이로 인해 그가 소시오패스임이 확실..

온 마음을 다해 디저트, 디저트와 김보통 작가의 이야기

1. 달콤한 맛을 우리의 마음까지 행복으로 채워주는 디저트 우리나라말로 후식이라는 의미를 가진 디저트는 식사 후에 입가심으로 달래는 음식으로서 불어로 '식사를 끝마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디저트의 유래는 잘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식사 후에 채워지지 않은 배고픈 느낌을 달래기 위해 달콤한 맛을 느끼게 해주는 음식으로 공허한 배를 달래주는 것으로 식사의 끝으르 알리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미국의 뉴욕치즈케이크, 포르투갈의 에그타르트, 이탈리아의 젤라토, 프랑스의 에클레르, 일본의 화과자, 중국의 월병, 그리고 우리나라의 한과... 이렇듯 각 나라마다 저마다의 달콤한 맛을 지닌 디저트가 존재합니다. 모양도 맛도 저마다 다르고 다양하지만 그들은 모두 디저트라는 하나의 카테고리에 묶여있죠. 전 ..

요시타케 신스케 아이디어의 원천, 나도 모르게 생각한 생각들

1. 메모(Memo) 메모는 Memorandom의 줄임말인 Memo에서 비롯됩니다. 기억해야할 정보를 입력하는 행위라는 의미를 지니며 라틴어의 '기억하다'의 의미를 가진 memorare의 어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자어로서는 비망록(備忘錄)이라고 말합니다. 메모라는 것은 아주 사소한 것이지만 우리 생활속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기억력은 한계가 있으며 그 누구에게도 완전기억능력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기억이라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왜곡되거나 잊혀지기 마련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억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을 유지하려 하고 있습니다. 메모는 이 기억의 한계성을 극복하게 해주는 가장 효율적인 도구입니다. 사무실에서는 전달해야 할 사항들을 기록하여 남겨두고, 집안일..

양희은의 나답게 살고자 한 그녀의 에세이, 그러라 그래

1. 아침이슬 같은 목소리를 가진 가수, 양희은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이슬처럼 내 맘의 설움이 알알이 맺힐 때 아침 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배운다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떠오르고 한낮의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 일지라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가수 양희은을 떠올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연한 듯, 아침이슬을 떠올릴 것입니다. 1971년 그녀의 이름 석자를 알리며 온 국민의 심금을 울린 그녀의 데뷔곡 아침이슬은 가수 양희은의 시그니처 같은 노래이자, 그녀에게 큰 상처를 준 곡이기도 합니다. 미국 가는 선배의 환송회에 참석했던 양희은은 우연히 만난 김민기의 아침이슬이라는 노래를 듣게 되었고 그 노래에 심취하여 그에게서 곡을 받아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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