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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소설과 에세이

[정세랑, 시선으로부터] 세상을 놀라게 하는 사람의 조각이 우리 안에 있으니까

by 초석 2022.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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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쪽이 더 오래갈 생각인지는 나중 사람들이 판단하겠지요

앞선 시대를 살고 있는 한 사람이 있었다. 누군가는 몹쓸 언행이라며 인상을 찌푸렸지만 그녀를 향해 세웠던 손가락질과 날 선 비난들은  도리어 마치 핏이 잘 맞은 옷을 입은 것처럼 새로운 시대에 큰 화두로 떠오르게 되었다.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사회의 부조리와 여성들이 억압을 받고 사는 것들에 대하여 목소리를 높였지만 그녀가 죽고 난 뒤, 십여 년이 지나서야 대중들은 시선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시선이 했던 말과 글들을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다.

한국전쟁으로 모든 가족을 잃고 하와이 이주민으로 살게 된 한 소녀가 있었다. 전쟁통에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여 기구한 운명의 소녀가 하와이에 살고 있다는 스토리였다면 이렇게까지 애통하진 않았으리라. 둘째오빠가 공산주의자 간첩이라는 이웃의 제보에 한 집안에 말 그대로 박살이 났다. 먹여 살릴 입 하나를 줄이기 위해 육촌 오빠는 모든 가족을 잃어버린 소녀에게 하와이 이민을 권유했고 소녀는 그저 말없이 그의 말을 따랐다.

파라다이스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하와이에서의 이주민으로서의 삶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그러던 중 유명화가인 마티아스 마우어를 만나게 되었다. '그렇게 그들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라는 동화속 해피엔딩으로 끝이 날거라 예상했지만 남들이 바라보는 시선과는 다르게 시선은 그에게 배우자는 커녕 대개의 기간 동안 연인조차도 될 수 없었다. 첫번째 남편이었던 요제프 리의 도움으로 질기고도 지독했던 인연과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고 두번째 남편인 홍낙환과의 마지막 인연으로 슬하에 1남 3녀를 두었다.

"기일 저녁 여덟시에 제사를 지낼 겁니다."

시선의 첫째딸인 명혜의 목소리를 시작으로 시선의 온가족들이 하와이행 티켓을 끊었다. [이것을 보기 위해 살아있었구나]를 주제로 인상깊었던 것들을 각자 한개씩 공유하며 심시선의 십주기 제사를 지내기로 했다. 평범한 삶을 살지 않았던 심시선의 가족 답게 제사의 방식 또한 결코 평범치 않았다. 결국 그들은 심시선의 조각을 한개씩 나누어 가진 자들이었다.

 

 

넘어지지 않을 것 같은 사람

살면서 고민하나 없는 사람 없고 기구한 운명의 거침없는 파도를 정면으로 맞지 않은 사람 하나 없다고들 말한다. 그 중 일부는 자신의 육신을 과감하게 산으로 바다로 내던지기도 아무런 상처를 받지 않은 듯 웃음을 방패삼아 살아가기도 하며 세상과의 단절을 선언하고 자신을 가두어 놓기도 한다.

넘어지지 않을 것 같은 사람도 넘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인간은 그렇게 쉽게 무너질 수도 다시 일어서고자 하는 의지가 있을 수도 있다는 말로 작가는 우리를 위로하고 있다. 마티아스 마우어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해오며 살아온 어린 심시선이 그랬 듯, 예상치도 못한 순간에 염산을 맞은 화수 그리고 원치않은 가해자가 되어버린 규림까지......

 

 

살면서 가장 아름다운 흰색

 

  

여자도 남의 눈치 보지 말고 큰 거 해야해요

하와이에서 제사를 지냈으면 했던 어머니, 한국전쟁중에 국군 손에 돌아가신 할아버지, 그리고 할머니의 이름 석자중 두글자를 빌려 심시선이라는 인물을 설정했다. 가족들의 조각들을 수집해서 한 예술가의 인생이라는 퍼즐을 맞추었고 그 퍼즐조각을 주인공의 가족에게 돌려주었다.

 

김동인이나 이상보다 유독 나혜석과 김명순과 같은 여성 위인들과 결이 맞았다 한다. 그러한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20세기를 살아온 여성들의 위안이 되고 싶어했던 그녀다. 여성에 대한 혐오가 늘어나버린 시대가 되어버렸다. 페미니즘이 추구해 온 그 목적이 변질되었다고 할지라도 20세기를 버텨온 여성의 삶을 부정하고 외면할 수는 없다 생각한다.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장편소설, 문학동네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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