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인문과 교양

가족의 두얼굴, 가족관계를 다룬 심리철학

초석 THE WRITER 2021. 8. 1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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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족이라는 울타리

즐거운 나의 집이라는 동요를 알고 계신가요? 즐겁고 신나는 일들이 세상밖에 가득하지만, 정작 나의 몸과 마음의 쉼터는 집 밖에 없다는 가슴 따뜻한 노래입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가족에 대해 학습을 하며 자라왔습니다. 가족의 구성원과 가족이란 어떤 존재인지와 같은 가족의 소중함에 대한 의미를 이야기하였고 교과서에는 늘 단란하게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는 사진들이 있었습니다. 저마다 가족들은 늘 우리를 따뜻하게 보듬어 줄 수 있는 존재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러나 실상 그 안을 들여다 보면 그렇지 않은 가족들이 더 많습니다. 더 쪼개어 보면 크고 작은 다양한 상처들과 사연들이 존재합니다.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가족의 역사로 인해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누군가에게는 나를 보호하는, 그 누군가에게는 나를 가둬버리는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2. 스무살 이라는 절취선

[운의 알고리즘]과 [가족의 두 얼굴]을 모두 읽고 필자는 두 책의 공통분모를 발견했습니다. 이 두 저자들은 어린 시절이 인격 형성은 자신이 아닌 환경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그러나 성인이 된 이후로는 모든 말과 행동양식들은 자신의 책임이 된다고 주장합니다. 대한민국에서는 만 19세가 되면 성인이라고 정의를 내립니다. 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스무 살이 되면 성인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성인가 미성인의 기준을 나누었을까요? 스무 살의 정의는 누가 어떻게 기준으로 삼은 걸까요?

 

필자는 스무살이 절취선과 같이 느껴졌습니다. 예를 들어, 태어나자마자 알코올 중독자나 아동폭력과 같은 류의 범죄형 부모를 만났다면, 혹은 자식의 인생에 전혀 관심이 없는 방임형 부모를 만나게 되어 출생신고조차 하지 않아서 의무교육조차 받지 못한 채 성인이 된 사람들은 과연 이 법적으로 정의된 성인들에게 이제부터는 당신의 인생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어떻게 말을 해줘야 하는 것일까요? 저자들의 주장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가위로 점선을 오려내 듯 시간을 단면적으로 나눠버리는 기준이 누군가에게는 어려울 수도 있으리라는 것이 필자의 개인적 생각입니다.

 

 

 

 

3. 가족의 항상성

얼마 전 '성폭력피해자와 같이 살고 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인터넷에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혈연관계인 친오빠가 어릴 때부터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해왔는데 부모님은 친오빠의 뒤에 서서 두둔하며, '그럴수록 더더욱 오빠한테 잘해줘라.'라는 대답만 들었다고 합니다. 미성년자인 동생은 오빠를 상대로 접근금지 신청을 했고 이조차도 이루어지지 않자 손목을 긋기까지 했는데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부모님의 학대였고 결국 가해자인 친오빠와 한집에 살게 되었습니다.

 

앞서 말한 기사와 동시에 영국에서도 비슷한 일화과 인터넷에 업로드 되었습니다. 남매가 친부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고 남매 중 한 명이 이 사실을 친모에게 고백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날 밤 화가 치민 친모는 침대 위에 곤히 자고 있는 남편 얼굴에 뜨거운 설탕물을 부어 살해를 하였고 자수를 했습니다.

 

이 두 가지 사건은 가족 구성원에 가해자와 피해자가 존재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동시에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저자는 첫번째 상황과 같이 가족의 비밀을 은폐하고자 하는 경향을 항상성(homeosasis)라고 부른다고 하였습니다. 가족들이 현실을 인정하게 될 경우, 그 이후에 벌어질 상황이 두려워 고통스러운 사건을 외면하려 한다고 합니다. 이 두 사건의 결과가 어떠한 엔딩으로 끝나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확실한 건 부모가 공모자가 되어 자식을 희생자로 몰아간 이 경우는 피해자가 받고 있는 상처가 두 번째 사건보다 몇 배는 더 깊고 복잡할 것입니다.

 

 

4. 언젠가는 마주보아야 할 문제들

가족은 결국 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역사를 품고 있습니다. 저자는 결국 이 역사를 마주하고 인정을 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 나의 상처 회복의 판가름을 짓는 것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이 도서를 읽은 뒤, 필자의 모습이 아버지와 많이 닮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버지만큼은 정말 닮고 싶지 않다며 아등바등 거리며 살아왔는데 원점으로 돌아가버린 저의 삶을 보며 크게 좌절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아버지를 이해 못하는 것이 제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사랑해주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제 가슴 한편에 지금도 큰 폭풍이 몰아치지만 이 사실 조차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노력이 훗날의 초석이 될지도 모를일입니다. 저와 같은 미래의 초석들에게 파이팅이라는 작은 위로를 남기며 이 글을 마칩니다.

 

 

[부키]가족의 두 얼굴 : 사랑하지만 상처도 주고받는 나와 가족의 심리 테라피, 부키, 최광현

 

[부키]가족의 두 얼굴 : 사랑하지만 상처도 주고받는 나와 가족의 심리 테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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