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베와 그의 아버지
자판기가 없는 컴퓨터가 왜 좋은 거냐며 따지고, 동네를 시찰하며 주차공간에 주차가 잘되었는지, 쓰레기 분기수거는 잘되었는지 사사건건 감시하는 인간 CCTV 같은 이웃 남자가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 오베입니다. 그리고 그는 어쩌면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검지 손가락으로 사람들에게 총을 쏘듯 삿대질을 해대는 이 쌀쌀맞은 남자가 왜 주인공이 되어야 했는지에 대해 작가는 그 이면을 보여주기 위해 그의 괴팍한 성격을 더더욱 대조하여 보여주는 듯하였습니다.
뒤돌아보면 그의 뚝심있는 행동들은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습니다. 그의 대쪽 같은 원리원칙 덕에 주차를 누구나 편리하게 할 수 있었고 사람들은 안전하고 깨끗한 동네를 맘 놓고 거닐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단지 무뚝뚝하고 표현이 부족한 탓에 오해받기 쉬운 인물일 뿐이었습니다. 어렸을 적 오베는 아버지와 단둘이 살았습니다. "남자는 입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아버지의 말에 큰 영향을 받았고 도덕적이고 원리원칙을 따져가며 살아오신 아버지는 회사에서 큰 신임을 얻은 인물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베은 그의 삶을 옆에서 다 지켜보며 자라왔기에 아버지의 행동은 언제나 올바른 것이었고 당연하다 생각했습니다.
2. 오베의 두 여자
전체적으로 오베라는 인물은 비교적 불행한 인생을 살았지만, 시련속에서도 행복이라는 단어는 존재했습니다. 그에게 행복이라는 단어를 선물해준 두 여자 바로 소냐와 파르바네입니다. 그들은 오베가 어둠 속을 걷고 있을 때 출구로 인도하듯 손을 내밀어 주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집이 불에 타버려 방황을 할 때, 찾아온 아내 소냐는 오베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이끌어 내주었고 마음의 안정을 찾아주게 한 존재였습니다. 책에서도 소냐를 만나기 전까지의 오베는 살아있는 것이 아니었다고 그리고 아내가 저 세상으로 떠난 후에도 오베는 그녀가 만나기 전으로 다시 돌아갈 정도로 그녀는 커다란 존재였습니다.
소냐가 오베에게 따뜻한 햇살과도 같은 사람이었다면 새로 이사온 이웃집 여자 파르바네는 소나기와 같았습니다. 그녀의 행동은 마치 오베에게 정신 차리라는 듯 차가웠지만 그리움을 품고 있던 소냐의 자리를 비집고 들어온 인물입니다. 파르바네는 마치 당연하기라도 한 것처럼 그에게 강압적으로 부탁 아닌 요구를 했습니다. 그녀의 행동이 겉으로 보기에는 강압적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오베가 그녀와 그녀의 가족을 받아들인 걸로 보아 가족같이 부대끼고 살고 있는 그것과 같은 행동들이었습니다. 그렇게 늘 우연히 오베의 자살을 요란스럽게 방해했고 등한시 여기던 사람들과는 달리 오베를 불편해하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행동들은 오베를 변화시켰고 그가 사화 구성원으로 다시 합류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습니다.
3. 오베와 사브(Saab)
사브는 스웨덴의 자동차 회사로서, 2차 세계대전당시 스웨덴 공군에 항공기를 납품하고 전쟁이 끝나고는 항공기 제작 노하우를 자동차의 생산으로 접목시켜 기술력과 안정성을 인정받은 브랜드입니다. 사브는 오베의 인생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자동차이며, 오베의 분신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 증거는 바로 책 속에 있습니다. 오베의 차는 늘 차가 아닌 사브였습니다. 사브에 올라탔고 사브를 고쳤으며 사브에 파르바네를 태워서 병원으로 갔습니다. 사브의 이야기를 하자면 오베의 아버지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아버지는 어린 오베에게 사브와 엔진에 대한 이야기와 사브의 안전성에 관해 흥분하여 이야기를 하였고 그렇기에 오베의 인생에 있어서 사브는 최고의 자동차 브랜드이기 때문입니다.
4. 오베는 어떻게 죽었을까?
꽃이 피고 지듯 사람들도 그리고 오베의 인생도 결국 끝이 있습니다. 저자는 아내를 따라 줄곧 자살을 시도했던 이야기들은 실로 구체적으로 묘사했지만 정작 그의 최후는 어떻게 끝이 났는지에 대해 정확한 언급을 하지 않고 이야기는 끝이납니다. 몇 년 동안 이웃주민들과 행복한 인생을 보낸 그의 삶을 보았을 때에는 자연사로 보이기에 충분한 설정이지만 그의 죽음을 스스로 예견한 듯 그의 책상에 정갈하게 놓인 유서는 자살로 생각하기에 충분한 증거로 유추할 수 있습니다. 자살을 시도할 때마다 밖으로 내쳐졌던 고양이가 그의 옆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는 것으로 보아 필자는 자연사에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
5. 마치며
오베가 자연사로 죽었든, 자살로 생을 마감했든 결론적으로는 해피엔딩이라 생각합니다. 그가 시도했던 자살들 속에서 성공을 했다면 누리지 못했던 소소한 행복들을 누렸기 때문입니다. 오베의 슬하에 자식은 없었지만 파르바네가 그의 딸이 되어주었고 그녀의 자식들은 손자손녀가 되어주어 그의 인생의 일부를 차지했습니다. 까칠한 듯할 건 다해준 그의 무심한 도움은 이웃주민들에게 고마운 존재였기에 "조문객 금지"와 "시간낭비 금지"라는 유서를 지키지 못하고 그의 장례식은 여과 없이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로 가득 메웠습니다. 특별한 사건도 스펙터클한 연출도 없었던 소소한 삶의 이야기지만 어쩌면 우리네 삶에 가장 가까운 일상과도 같은 이야기였기에 가랑비 젖듯 독자들의 마음에 젖어 베스트셀러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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