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역지사지(易地思之)
상대의 입장이 그의 처지나 형편에 대해 생각하고 이해하라는 뜻의 사자성어 역지사지는 맹자의 이루에 나오는 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역지즉개연은 처지나 경우를 바꾼 들 결국 서로 같은 처지라는 말로서 상대가 나의 말을 경청하 듯 나 또한 상대의 말을 경청하라는 뜻이지요.
오늘날 사회에서는 역지사자라는 사자성어를 자주 사용하지는 않으나, 공감 또는 공감능력이라는 어휘가 화두에 오르고 있습니다. 사자성어 역지사지나 공감능력은 '상대를 이해하라.'라는 의미로서 같은 맥락을 지니고 있습니다. 공감은 비즈니스 모델 속 마케팅의 도구로서도 아주 흔하게 쓰이는 만큼 우리 사회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책속에서 다중매체에서 공감이라는 단어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주장하는 것에 비해 실질적으로 공감능력에 대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머릿속에 물음표만이 그려지는 상황들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상대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나를 대하는지 보다는 나의 메시지가 상대에게 어떻게 잘 전달이 될 것인지 궁리하려는 장면들이 더 자주 목격되기 때문입니다. '이게 다 너를 위해서 그러는 거란다.'라는 말속에 숨겨진 상대의 진짜 속뜻을 알게 되면 몸서리가 칠 정도로 잔인할 때가 있으니까요.
요시타케 신스케가 그리고 노가미 아키라와 히코 다나카가 지은 [아이라서 어른이라서]라는 그림 동화책은 어른과 아이사이의 소통에 대한 생각 그림책입니다. 사실 어른과 아이의 사이를 넘어서 '나 자신과 나와 다른 상대'로 확장시키며 읽어봐도 좋은 도서일 듯합니다.
2. 너를 걱정해서 하는 소리야
언젠가 필자는 아이들을 돌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왜 공공장소 및 위험물이 있는 장소에서 뛰면 안 되는지,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네가 걱정이 되어서, 예쁜 너의 몸에 상처가 나면 내가 마음이 너무 아파서라고 아무리 설명해줘도 이 아이는 5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이내 다시 뛰기 시작했습니다.
난처한 듯 저를 바라보고 있는 아이에게 애원하듯 질문을 던졌습니다.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 건데.. 하지 말라고 여러 번 말하는데 왜 말을 안 듣는 거야?"
아이는 저를 빤히 쳐다보곤 오랫동안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한번 더 질문했습니다.
"아니, 내가 너를 혼내려고 그러는 게 아니고 너를 조금이라도 이해해 보려고 묻는 거야."
"저도 말을 잘 듣고 싶긴 한데요.. 저도 제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우문현답이었습니다. 자신의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고 버둥거리고 있는 아이에게 하지 말라고 강요만 했던 것이었죠.
그날 전 아이의 손을 붙들고 말없이 놀이터로 향했습니다.
3. 네 기분을 잘 알아
우리는 모두 어리거나 어린 시절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여러 상황들을 겪어가며 억지로 철이 들어야 했고 철이 들지 않았다면 철이 드는 척이라도 하며 세상에 우리의 신체를 적응시켜야만 했습니다. 어린아이였던 시절이 있었지만 인간의 뇌는 시간이 갈수록 미화되거나 잊어버리게 되기에 우리는 우리의 어린 시절을 점점 잊게 되는 것입니다.
4. 아이와 어른을 위한 모두의 그림책
우리는 크고 작은 상황들을 만나게 되면서 서로에 대해 오해를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의도야 어찌 되었든 이미 상처를 받았고 상대가 나로 인해 상처를 받은지도 모른 채 평화로웠다고 생각했던 하루가 흘러갑니다. 일일이 사과하고 용서받으면서 살기에는 많은 순간들이 쉴 새 없이 지나가곤 합니다. 완전하게 상처를 주고받지 않은 채 함께 살아갈 수는 없지만 상처를 줄여나가는 상황을 만든다면 서로의 관계는 어제보다는 나은 오늘이 되겠지요. [아이라서 어른이라서] 책은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위한 그런 동화책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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