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동화&만화

은빛 당나귀, 셰퍼드소위는 영국으로 돌아갔을까?

초석 THE WRITER 2021. 10. 14.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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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호주의 천덕꾸러기 동물, 당나귀

지난 40년간 호주에서는 야생 당나귀의 무분별한 도살로 인하여 30만 마리에서 1만 마리로 그 개체수가 크게 줄었습니다. 유해 야생동물 중 하나라며 정부가 '당나귀 퇴치 프로젝트'를 시행했기 때문입니다. 19세기까지만 해도 당나귀는 사람들에게 아주 귀한 운송수단이었습니다. 오늘날과는 다르게 자동차와 철도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당나귀들은 그렇게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존재들이었습니다.

 

하지만 1940년이후에 자동차와 철도가 호주 전역에 보급이 되면서 당나귀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게 되고 많은 그들은 사람들로부터 야생에 버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버려진 당나귀들은 아웃백으로 터전을 잡고 살아가게 됩니다. 많은 당나귀들이 야생에서 살아가게 되었고 그들의 번식력은 실로 왕성했습니다.

19세기 호주에서 운송수단으로 쓰인 당나귀들


또한 동물들이 마실물을 더럽히고 그들의 갈기는 씨앗을 여기저기 옮김에 따라 잡초들을 번식시킨다며 버려진 당나귀들을 호주 정부에서는 유해동물로 선정하였습니다.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던 당나귀들은 운송수단으로써 1차 희생을 당했고 도살을 당함으로써 2차 희생을 감당했어야 했습니다.

오늘날 당나귀들의 개체수가 크기 줄어듦에 따라 사람들은 당나귀의 존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유해동물들이 아니라 그저 보호의 대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시드니 공과대학과 시드니 대학 연구팀도 당나귀는 우리의 삶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들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들은 생물다양성의 확보를 위해 유지시켜야 하며 잡초를 여기저기 옮김에 따라 산불을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호주 정부는 여전히 당나귀는 주민들의 삶을 어지럽힌다며 당나귀 퇴치 프로젝트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당나귀들은 그저 말없이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그들만의 삶을 묵묵히 이어나갈 뿐입니다.

 

 

2. 소위가 두 아이에게 들려주는 4가지 이야기와 은빛 당나귀

셰퍼드 소위는 그의 동생 존으로부터 은빛당나귀를 선물 받고 전쟁터로 향했습니다. 전쟁 속 부적의 의미는 반드시 살아남아서 돌아오라는 의미를 지닌 것이 가장 일반적일 것입니다. 하지만 은빛 당나귀는 보통의 부적과는 다릅니다. 이 책에서 전하고자 했던 4가지의 당나귀 이야기들이 그 의미를 말해줍니다. 셰퍼드 소위가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속 당나귀들은 한결같이 용기가 있었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았으며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병약한 동생 존은 셰퍼드소위와는 다르게 전쟁에 지원할 수 있는 조건에 해당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존은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형의 군부대의 자원을 지지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동생이 건넨 은빛 당나귀의 의미는 당나귀처럼 용감하게 맞서고 주어진일에 최선을 다하라는 응원의 메시지였습니다.

셰퍼드 소위가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4가지의 당나귀 이야기와 삽화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셰퍼드 소위는 왜 동생이 준 은빛 당나귀를 땅에 묻었을까요? 그는 은빛 당나귀를 가지고 있을 자격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용감하게 전쟁터로 향했지만 끝까지 자신의 부하들을 이끌지 못한 채 도망쳐 버렸고 그리운 가족이 살고 있는 영국 고향에 돌아가려 했기 때문입니다.

셰퍼드 소위는 부적처럼 지닌 은빛 당나귀를 고향으로 돌아가기 전에 땅에 묻어버렸고, 묻힌 은빛 당나귀를 코코가 발견했습니다. 아마도 그는 코코에게 은빛당나귀를 주고자 땅에 묻었을지도 모릅니다. 코코가 그의 은빛당나귀 부적을 무척 좋아하기도 했지만 모험가가 되고픈 그녀의 꿈을 응원하고픈 마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3. 전쟁의 잔혹함과 현실

미얀마와 아프가니스탄과 같이 전쟁 중인 일부 국가들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들은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오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과거에 전쟁을 지켜봐 왔던 어른들은 전쟁의 고난과 그 심각성을 체감하여 잘 알고 있지만 전쟁에 대해 미디어나 게임으로 접한 이들은 전쟁에 대한 영웅심리나 승패로만 갈라지는 결과로 인해 자연스럽게 환상을 품은 채 살고 있는 이들이 더러 존재합니다.

마르셀과 코코의 오빠, 파스칼에게도 그러한 환상이 있었습니다. 군복을 입고 적군을 향해 용감하게 돌진하는 모습은 파스칼의 마음에 부푼 희망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파스칼은 전쟁에 대해 셰퍼드 소위에게 이것저것 질문하지만 이미 그의 마음속엔 전쟁에 대한 이상향을 그린 답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는 소위에게 그가 기대하는 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소위의 4번째 이야기로 인해 진정한 전쟁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그대로 침묵해버립니다.

셰퍼드 소위도 그런 비극을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 예상은 했을지라도 그는 그의 나라를 위해 전쟁에 참전하기도 굳게 결심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부하들이 하나 둘 죽어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고 그다음은 그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그는 전쟁의 잔혹함을 실감했고 동생의 바람과는 달리 도망쳤습니다.

 

4. 셰퍼드 소위는 영국으로 무사히 돌아갔을까? (결말)

아이들과 셰퍼드 소위가 진주호 부둣가에서 마지막 인사를 건낸뒤의 일은 이 책 속에서는 더 이상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이 이 동화를 읽었다면 열린 결말로 이야기가 끝난 줄로만 알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대적 배경은 셰퍼드 소위를 행복하게만 내버려 둘 수 없었을 것입니다. 군인에게 탈영이란, 그대로 사형이기 때문입니다.

셰퍼드 소위를 부축이는 파브리스

하지만 셰퍼드 소위가 끝내 영국의 고향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는 결말은 이야기로 유추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셰퍼드 소위를 도우러 진주호에 배를 띄운 파브리스가 마을로 돌아오지 못했다는 점과 두 번째는 동생 코코에게 한없이 다정했던 마르셀이 셰퍼드 소위의 이야기가 들리자마자 동생 코코에게 화를 냈다는 점입니다. 이 책의 독자층은 어른이라기보단 아이들이기에 저자는 어린 독자들의 마음에 상처를 안겨줄 순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저자는 이 동화의 결말을 순수한 영혼들이 다치지 않게 은유적으로 표현하였습니다.

 

 

6. 에스파냐 잉글랜드 전쟁과 호주 당나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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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제는 전쟁과 당나귀입니다.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작가가 에스파냐 잉글랜드 전쟁을 배경으로 두고 당나귀 이야기를 한다는 스토리가 도무지 필자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었습니다. 많은 동물들이 있는데 왜 작가는 당나귀를 선택한 것이고 수많은 전쟁 중에 왜 에스파냐 앵글랜드 전쟁을 배경으로 삼았는지 이 둘의 연관성은 무엇인가 필자는 끊임없이 인터넷과 백과사전을 뒤적거렸습니다. 더군다나 은빛 당나귀는 한국에서 유명 도서도 아니었기에 다른 블로그 리뷰들도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인터넷 뉴스 기사를 통해 오스트레일리아의 당나귀들이 어떤 존재였는지 그리고 에스파냐 잉글랜드 전쟁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를 찾고 나서야 작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이 둘은 분명 공통점이 존재했습니다. 그 공통점은 누군가에게 쓰임새를 당했고 무분별한 생명들이 희생을 당했다는 것입니다. 

 

은빛 당나귀 부적을 지닌 셰퍼드 소위는 부적의 의미를 저버린 사람이었지만 당나귀와 같은 처지였습니다. 그리고 이 둘은 결국 사람들로 인해 죽임을 당했습니다. 많은 뜻을 내포한 슬픈 결말의 동화였습니다.

은빛 당나귀, 다른

 

은빛 당나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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