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동화&만화

긴긴밤, 나를 나타내는 이름이라는 것

초석 THE WRITER 2021. 10. 17.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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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긴긴밤 작가, 루리

작가 루리

긴긴밤은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을 받았고 현재까지도 베스트셀러에 오르내리고 있는 한국의 명작 중 하나입니다. 필자가 도서관에서 이책을 손에 넣기 까지 참으로 오랜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이미 누군가 이책을 읽고 있었고 제 앞에 두명의 예약자까지 있었을 정도였습니다. 필자가 다니는 도서관이 그리 큰 곳이 아님에도 이리 오랜시간을 기다렸다는 것에 기대감이 컸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림책과 동화책을 좋아했던 루리 작가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남몰래 작품을 구상하였습니다. 작품을 완성시키기까지 6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지만 긴긴밤과 함께 결국 브래맨에 가지 못했다까지 모두 2관왕을 받으며 전문가들에게 인정을 받았고 두개의 작품으로 동시 데뷔를 했다는 쾌거를 거두었습니다. 데뷔작이기에 그녀의 이력에는 아직 두 작품밖에 존재하지 않지만 긴긴밤속 그녀의 스토리와 쓸쓸한듯 따뜻해 보이는 그림들은 많은이들에게 뭉클한 울림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2. 나를 가리키는 "이름"이라는 정체성

우리나라의 이름은 '본가'를 뜻하는 성과 부모님께서 지어주신 이름으로 구성이 됩니다. 성이라는 것은 자신과 가족의 역사를 뜻합니다.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은 간혹 본가와 공파 그리고 몇대손인지까지도 물어보기도 합니다. 성에 따라서 그 집안의 역사와 분위기를 보려함일 것입니다. 이는 한 인간이 살아온 그 시대의 모습을 반영하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이름의 또다른 구실은 아마도 자아정체성일 것입니다. 나의 이름을 누군가에게 불리우고 내가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줌으로서 그 이름의 주인에 대한 이미지를 머릿속에 떠올립니다. 밖으로 보여지는 외모, 목소리, 그리고 성격까지도 쉽게 떠올릴 수 있습니다. 눈에 띄기 쉬운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그 이름으로 불편함을 겪는 일도 발생하기에되 때때로 자신의 이름을 바꾸기도 합니다.

이름이라는 것은 시대별로 독특한 성격을 지닙니다. 현대사회의 이름은 '브랜딩'입니다. 특정 전문분야에 스페셜리스트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며 자신의 상품가치를 높이려 합니다. 인플루언서가 가장 대표적인 브랜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품의 신뢰보다는 상품을 쓰는 인플루언서들의 영향을 받아 구매율이 높아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기 보다는 예명을 사용하여 대중에게 보여주려는 이미지에 가장 적합한 이름을 사용합니다. 북리뷰어로서 '초석'이라는 이름도 하나의 예라고 할 수 있죠.

 

이 책의 주인공 노든에게 이름은 우리와는 다른 의미를 가졌습니다. 노든에게 이름이라는 것은 자신을 가두는 울타리와 같은 것입니다. 노든으로서 불리우는 이미지로 인해 또다른 나의 모습을 펼치지 못함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가펭귄에게는 이름을 주지 않습니다. 이름이라는 틀안에 갇혀살지 말고 자신의 여러 모습을 맘껏 펼쳐보이며 '나 답게' 살라는 바람일 것입니다.

유재석의 다양한 부캐릭터들

요즘 사회에서는 '부캐'를 만드는 것이 유행입니다. 게임에서 또다른 캐릭터를 만들어 직업을 바꾸고 그 직업만이 가질 수 있는 아이템을 부착하여 그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기술로서 던전에 뛰어듭니다. 이를 접목하여 사회에서도 부캐릭터를 만들어서 또다른 나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MC인 유재석이 상황에 따라 유산슬이라는 이름으로 트로트가수로서 노래를 부르고 드럼을 치며 유고스타라는 다양한 부캐릭터를 만들며 대중들에게 신선한 이미지를 선보인 바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노든은 어쩌면 지구에서 가장 현명한 생물체일지도 모릅니다. 이름 자체를 가지지 않으면 본캐를 포함한 부캐같은 것들을 굳이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3. 불행한 인생일 것이라는 프레임

노든의 일생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코끼리 고아원에서 코끼리들과 어울리며 노든은 그저 평화로운 삶 속 행복한 코뿔소에 불과했습니다. 노든이 세상밖으로 나가지 않고 평생을 코끼리들과 어울렸더라면 그에게 닥쳤던 많은 시련들은 겪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노든은 이 삶을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노든이 그것을 후회했다면 아가펭귄을 펭귄무리로 보내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만 노든은 자신의 시련을 아가펭귄에게 똑같이 겪도록 놔두지는 않았습니다. 그가 겪어온 경험들을 발판삼아 아가펭귄에게 이것저것을 가르쳐주며 자신보다는 좀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랬습니다. 

 

많은 존재들과 이별을 겪고 슬픔도 있었지만 그안에서 행복한 순간도 있었습니다. 노든은 그러한 삶이 가치가 있음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많은 죽음을 보았다가 아니라 그들의 희생으로 인해 내가 살 수 있었고 그 희생들이 가치가 있도록 남은 인생을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4. 긴긴밤을 걷고 있는 그대에게

생각해보면 우리도 우리의 삶 속에서 긴긴밤을 걷고 있습니다. 어딘지도 모르는 바다를 생각하며 그저 앞만 보고 걷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긴긴밤은 매일이 힘든 고난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길을 걷던 중 누군가와 이별을 하기도 하지만 또다른 누군가를 만나기도 하고 혼자 걷기도 합니다. 목적을 가지고 걷기도 하고 방향을 잃어버린채 걷기도 합니다. 

 

긴긴밤이라는 도서는 한가지의 의미만을 교훈으로 삼고 있지 않습니다. 필자가 앞서 말한 의미외에 다른 독자들이 느끼는 또다른 교훈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것이 인생일 것입니다. 우리의 삶은 단지 한가지의 의미만을 품고 있는 것이 아닐테니까요. 

 

긴긴밤, 문학동네

 

긴긴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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