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소설과 에세이

아몬드, 감정표현불능증에 대한 장편소설 2

초석 THE WRITER 2021. 9. 16.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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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몬드의 변화

이 소설의 결말을 보면 오랫동안 잠에서 깨어난 엄마를 만나 우는 엄마를 안아주고 나중에는 자신도 눈물을 흘리는 결말로 즉 주인공 윤재가 감정표현 불능증에서 벗어나 평범한 사람으로 거듭나게 되었다는 것으로 스토리가 마무리 지어집니다. 소설을 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두 가지의 큰 사건으로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첫번째는 가족이 살해당했을 때 두 번째는 주인공 본인이 친구를 구하러 갔다가 철사라는 인물에게 칼로 찔려서 죽을 뻔한 사건이죠. 그렇지만 주인공이 두 가지의 사건을 마주했기에 주인공이 변한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윤재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었습니다. 

 

개인적 견해로는 주인공의 가족인 엄마와 할머니의 노력이 가장 컸다고 생각합니다. 윤재의 엄마인 지은은 그에게 어떤 특별함을 느꼈고 관련서적을 섭렵했으며 그녀의 아들이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상황별 대처법을 교육시키고자 했습니다. 가족의 노력도 컸지만 본인이 스스로 변화하려는 의지가 있었습니다. 본인 스스로에게 크고 작은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가족의 생계수단이었던 중고책방도 한몫을 했습니다. 여러 도서를 섭렵한 덕에 높은 어휘력을 가질 수 있었으며 책 속에 나오는 여러 성격의 캐릭터들의 감정 변화를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심 박사, 곤이, 곤이의 아빠와 도라 등등 윤재의 주변 인물들도 그의 변화를 목도하였고 그를 사랑으로 보듬어 주었습니다.

 

주인공의 변화는 스토리의 중간중간에 독자들에게 힌트를 주고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담임선생님의 생각없는 배려로 반 친구들 앞에 불쌍한 아이라고 소개를 시켜주었던 장면에서 주인공은 속으로 '신경을 꺼주시는 게 돕는 거다.'라고 마음속으로 생각을 했다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필자의 생각에는 윤재는 자신도 모르게 수치심을 느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전까진 이러한 감정을 느끼지도 못한 낯선 감정이었기에 수치심이라는 감정 자체를 몰랐을 것입니다.

 

곤이의 아버지가 주인공 윤재앞에 처음 등장했을 때 윤재는 그와 다시 만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주인공은 예감이란 본디 인과관계의 해석이라며 예감의 감정을 느낀 것에 대해 스스로 그럴 리 없다고 무시했지만 본인만 자신의 정서적으로 나타나는 병에 대해 고쳐질 리 없다 단정 지은 것일 뿐 필자의 생각엔 윤재는 예감이라는 감정을 느꼈을 것이라 예감(?)했습니다.

 

 

4.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저자

부제목이 심히 자극적이라는 것은 필자인 본인도 잘 알고 있습니다. 쓰고도 허걱하면서 괜찮을지에 대해 걱정을 했지만 리뷰만큼은 개인의 생각을 진솔하게 담아보자 했기에 과감하게 넣어보았습니다. 실제로 필자는 저자 손원평이라는 인물에 대해 약간의 시기 같은 것을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정치인 아버지의 둘째 딸로 태어나 남 부러울 것 없이 자라난 어린 시절과 더불어 단편영화의 연출로 사회생활을 하다가 아이가 태어나는 바람에 육아를 위해 잠시 사회생활을 멈추던 중 자신의 아이에게 영감을 받아 쓰게 된 그녀의 첫 장편소설은 창비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하여 소설가로서 등단을 했고 그녀가 처음으로 쓴 아몬드라는 소설은 베스트셀러에 이어 스테디셀러로 오늘날까지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필자가 소설을 읽어보니 흡입력이 실로 대단했습니다. 집중력이 짧아 내용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한문단을 여러번 읽는 습관을 가진 필자가 작가 손원평이 쓴 소설만큼은 드라마나 영화에 빠지듯 주인공의 시선 하나하나에 몰두하고 심취하며 책 한 권을 순식간에 읽어버렸습니다. 주인공 윤재가 처한 그의 운명은 잔잔한 호수 같다가도 어느 순간 스펙터클하게 흘러가고 있는 그녀의 전개는 독자로서의 필자의 마음을 요동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녀가 유명 정치인의 자식임을 알게되었을때 평탄하게만 살아온 한 사람이 어떻게 자신이 그린 인물을 이렇게까지 극한으로 몰고갈 수 있으며 마치 자신의 이야기인 양 주인공과 주변 인물의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낼 수 있을까 하며 머릿속에 물음표를 그렸습니다. 그리고 필자는 자신의 생각의 꼬리를 이어서 다시 생각했습니다. 내가 모르는 개인의 사정이 있었을 것이기에 그렇기에 이러한 연출이 가능했노라고... 그리고 자책했습니다. 나라는 사람은 참으로 생각이 꼬일 대로 꼬인 인물이라 생각하며 누군가에게 마음을 들킨 듯 부끄러웠습니다.

 

필자의 마음을 부끄럽게 만든건 저자가 아몬드라는 장편소설을 마치고 기고한 자신의 에필로그였습니다. 저자는 한때 부족함 없이 성장한 자신의 삶이 작가가 될 깜냥이 못 되는 것이라 생각하며 이를 자신의 약점이라 생각해왔음을 독자들에게 과감하게 공유하였습니다. 그리고 한없이 사랑받고 응원을 얻은 덕에 이를 무기 삼아 세상을 겁 없이 바라볼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평탄한 삶을 살아온 사람은 예술을 할 수 없다.'라고 생각해왔던 필자의 편견에 대항하여 저자는 방아쇠를 당겨버렸던 것입니다. 저자는 여러모로 필자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아몬드:손원평 장편소설, 창비

 

아몬드:손원평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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