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히가시노 게이고, 백조와 박쥐 줄거리
도쿄 해안 도로변에 불법 주차된 차 안에서 의문의 사체가 발견이 되었습니다. 사체는 운전석이 아닌 뒷좌석에 칼에 찔린 채 그대로 굳어있었죠. 그의 이름은 시라이시 겐스케였고 명망이 높은 국선 변호사였습니다. 살해 용의자를 찾기 위해 고다이 형사와 나카마치 순경은 주변 사람들부터 샅샅이 뒤져서 조사를 벌였지만 이렇다 할 용의자를 찾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시라이시 겐스케의 주변 인물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그가 누구에게 살해당할만한 사람이 아니다."
고다이 형사와 나카마치 순경은 살해 용의자를 찾는데 포기란 없었습니다. 마침내 살해 용의자를 찾아냈습니다. 용의자는 아이치현 안조시에 살고 있는 구라키 다쓰로였습니다. 범행을 부인했지만 끊임없는 추적에 코너로 몰린 그는 결국 살해를 시인했고 84년도에 히사시 오카자키 역 앞 금융업자 살해사건의 주범 또한 자신이라고 자백했습니다.
구라키 다쓰로의 자백을 필두로 시라이시 겐스케의 아내와 딸은 공개재판을 열기로 하지만 그의 딸 미레이는 구라키 다쓰로가 자백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진상을 이해하기가 힘들었습니다. 피의자는 시라이시의 압박으로 인해 살해를 범했다고 말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의 아버지인 시라이시는 그럴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사건의 의문점을 품은 사람은 미레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구라키 다쓰로의 아들인 구라키 가즈마도 미레이와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남에게 피해가 가는 것을 지독히도 싫어하던 아버지가 막무가내로 누군가를 살해할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우연히 미레이와 가즈마는 사건의 현장에서 마주치게 되었고 그들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이윽고 그들은 사건의 정확한 전말을 분석하기 위해 고다이 형사에게 다시 의뢰를 했습니다. 미레이와 가즈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고다이 형사는 그 둘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다시 한번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려 애를 썼습니다. 마침내 밝혀진 진실은 세 사람을 포함하여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2.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공통분모, 백조와 박쥐
피해자입장에 서있는 시라이시 겐스케 딸 미레이와 피의자 입장에 서있는 가즈마는 어쩌면 서로가 정반대의 위치에 서있는 결코 친구가 될 수 없는 관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실마리가 명백하기 풀리지 않았다는 입장은 일치합니다. 작가가 처음부터 흑과 백으로 나누는 이분법적인 관계를 원한 것이 아닌 개인의 사정에 따라 이 둘은 같은 위치에 서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함일 것입니다. 낮에 활동을 하고 우아하게만 보이는 백조와 밤과 같은 어둠 속에서 활동하는 박쥐처럼 그들은 서로 만날 수 없는 존재들이지만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를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죠.
그리고 또한 상황에 따라 누구나 백조가 될 수도 박쥐가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하였습니다. 백조와 박쥐 장편소설에서 하이타니 쇼조는 작품에서 모든 인물들 중 유일하게 완벽한 악역입니다. 등장인물들이 하이타니와 엮이지만 않았어도 어쩌면 이러한 골치아픈 사건에 휘말리지 않아도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의 물을 흐린다는 속담이 있듯, 그의 비열함은 그 누구도 이 사건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갈 수 없는 바리케이드를 세워버린 듯한 느낌을 줍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모범적으로 살려고 노력을 해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 휘말려 백조나 박쥐가 될 수 있음을 작가는 말해주고 있습니다.
3. 공소시효의 부작용
공소시효란, 범죄 행위가 종료한 후, 일정시간이 지날 때까지 그 사건에 대해 기소되지 않는 경우에 국가의 소추권 및 형벌권을 소멸시키는 제도를 말합니다. 그의 기준은 나라 별로 다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범죄의 죄질에 따라 5년부터 25년까지 정하고 있으며 내란죄, 외환죄, 집단살해죄와 살인죄로 인해 사형에 해당되는 범죄와 13세 미만의 아동과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에 대해선 공소시효를 두지 않고 있습니다.
공소시효라는 시스템이 존재하는 이유는 시간이 많이 지남에 따라 발생되는 사실관계를 존중하여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고 시간의 경과에 따르는 증거판단 곤란과 사회적 관심의 약화 그리고 피고인의 생활안정 보장이 주된 이유입니다. 또한 각종 영구미제 사건들이 증가함에 따라 경찰의 업무 가중을 덜어주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이 뒤늦게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공소시효가 지나 그 진범을 처벌할 수 없었던 안타까운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공소시효의 부작용은 여기서 그치지만은 않습니다. 단기간에 용의자를 찾아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틈에 엉뚱한 사람을 지독한 고문을 이용하여 허위자백하게 만들어 허위자백을 한 사람과 그의 가족을 고통스러운 인생을 살게 하는 것도 공소시효의 부작용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고문 피해자였던 윤 모 씨의 20년은 그 어떤 것으로도 보상해 줄 수가 없습니다.
4. 완독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던 백조와 박쥐
히가시노 게이고의 백조와 박쥐 소설을 완독하기 까지 정말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보통의 장편소설과는 달리 백조와 박쥐는 일반 장편소설 두어 권을 합친 분량보다 더 두껍고 무거운 도서였기 때문입니다. 많은 문장들이 쓰여 있는 만큼 이 책을 읽었던 다른 리뷰어 평에 중간의 스토리가 너무 질질 끌어서 지루했다는 의견까지 있을 정도였습니다.
필자 또한 정상까지 등반하는 심정으로 이 책을 읽었습니다. 하지만 정상에 도달하고 보니 산아래의 풍경들이 훤히 다 보였다는 묘사로 저의 느낀점을 대신하고 싶습니다. 분량이 많은 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백조와 박쥐 안에는 등장인물들이 꽤 많은데 그 개인의 서사를 하나하나 다 풀어서 그들만의 사정으로 그리고 그 서사의 시선으로 한 가지의 사건을 달리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하나를 위해 모든 인물들의 인과관계를 설정하기까지의 작가의 노고를 엿볼 수 있었던 도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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