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소설과 에세이

우리는 이 별을 떠나기로 했어, 공상 과학과 세계 여성의 날

초석 THE WRITER 2021. 11. 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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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삶의 영광을 함께 누리자, 빵과 장미!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우리의 삶은 착취당하지 않아야 하지만 마음과 몸 모두 굶주린다. 우리에게 빵을 달라. 장미를 달라.(중략) 여성이 봉기한다는 것은 인류가 봉기한다는 것. 더는 틀에 박힌 노동과 게으름, 한 명의 안락을 위한 열 명의 혹사는 없다. 삶의 영광을 함께 누리자. 빵과 장미, 빵과 장미. 

 

1911년 제임스 오펜하임이 지은 빵과 장미라는 시입니다. 남성과 여성이 동일한 인권을 가지게 된 것에 대한 역사는 불과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제임스 오펜하임이 지은 시에서 나온 빵과 장미는 여성들이 실제로 얻고자 했던 것이 빵과 장미는 아니었습니다. 생존권과 참정권을 빵과 장미로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었습니다.

110여 년 전 미국의 여성 섬유노동자 1만 5천 명이 뉴욕 러트거스 광장으로 몰려들였습니다. 그녀들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였죠. 그전까지는 유래 없는 여성들의 첫 대규모 시위였습니다.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과 참정권이라는 것은 단 한 번도 꿈을 꾸어보지 못한 이 여성들을 자극시킨 참혹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1857년 뉴욕 방직공장의 열악한 환경에서 일한 여성노동자들의 작업장에 큰 화재가 났고 대부분의 여성이 목숨으르 잃었기 때문이죠. 

 

경찰의 제제를 받았지만 그녀들은 50년이라는 아주 긴 세월을 버티어 냈습니다. 그리고 결국 1975년 3월 8일 UN에서 여성인권에 비해 다시금 생각해보자며 세계여성의 날을 지정하였고, 매년 3월 8일이 되면 여성들에게 길거리에서 빵과 장미를 나누어주는 문화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이 날을 기념하고자 2021년 한국의 여성작가 천선란, 박해울, 박문영, 오정연 그리고 이루카 5인이 뭉쳤습니다. 이들은 여성이라는 존재에 대하여 그리고 사회적 소수들의 대하여 다시금 생각해 보자며 SF 장르를 선택하여 이를 배경으로 5인 5색의 스토리를 단편으로 구성하여 [우리는 이 별을 떠나기로 했어]라는 작품으로 독자들을 만나고자 하였습니다.

 

 

2. 천선란, 뿌리가 하늘로 자라는 나무

천선란

전쟁은 끝이 났고 많은 사람들이 몸과 마음을 다쳤습니다. '그것'이라는 적군은 지구로부터 후퇴하며 도망쳤지만 남겨진 자들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불안감에 휩싸여 여전히 그들만의 전쟁을 진행중이었습니다. 80여 일간의 외계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보고를 끝으로 파병되었던 전 세계의 군인들은 본국으로 모두 돌아가게 되었고 이인은 전장에서 죽은 벤의 무덤을 찾아가기로 마음을 먹던 중 벼랑 끝으로 추락하고 유일하게 남은 전쟁 중에서 그의 적군이었던 외계 생명체를 마주하게 됩니다. 처음 그들은 경계를 늦추지 않았으나 둘 다 벼랑 끝에 몰린 처지였기에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대화를 통해서 서로의 이야기를 알게 됩니다.

천선란

우리는 쳇바퀴 구르듯 반복되는 전쟁이라는 역사를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지만, 여전히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른채 총을 겨누며 끝이 없는 싸움만 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사이좋게 행복한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와 같은 해피엔딩이라는 결말은 동화 속에만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전쟁의 의미는 물리적인 방법으로 상대에게 자신의 의지를 강요하는 행위라고 합니다. 프로이센의 군인 겸 군사평론가인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은 정치의 연장'이라고 말했죠. 정치와 의지가 사라지면 전쟁 또한 사라질까요?

 

 

3. 박해울, 요람 행성

중학교 3학년 때 영어교과서에서 잡초에 대한 주제를 가진 장문의 글이 있었습니다. 잔디와 장미 중 어떤 것이 잡초로서 인류는 제거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결론은 정원의 주인이 무엇을 기르는 가에 따라 달라진 다는 것이 정답이었습니다. 주인공 리진은 자신의 딸과 여동생을 부양하고자 직업소개소로 발길을 돌렸고 자율주행 정화 차량 1만 대를 관리하는 업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지구가 아닌 요람 행성에서 말이죠. 이 행성으로 이주하려고 한 사람들의 생활관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요람 행성은 리진으로 인해 지구화가 진행 중이었고 지구화가 되면 될수록 행성 폐기물이 쌓여갔습니다. 요람 행성이 지구화가 되기 40%가 되었을 때 그녀는 결국 깨닫게 됩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지구인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이 행성의 생명체들을 사라지게 하는 것임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는 자율주행 정화 차량들을 멈춰 세우기로 결심합니다.

 

잔디를 기를지 장미를 기를지에 대해서는 자신의 선택이겠지만 그 선택으로 인해 어떠한 결과를 낳을지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결국 우리의 몫일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크고 작은 선택을 해왔습니다.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그에 따른 결과도 발생하였습니다. 우리가  선택해왔던 길목에 과연 무엇이 희생되었을까요?

 

 

4. 박문영, 무주지

박문영

무성증식으로 생긴 유전자가 동일한 개체군을 일컫는 클론을 주제로 한 소설 및 영화는 오늘날까지도 흔하게 쓰이는 소재입니다. 현재까지 존재하지 않는 클론이라는 개체에 대해 우리는 만나보기도 전에 이들에 대한 인권의 문제로 화두에 오르내리곤 합니다. 그리 오랫동안 고민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는 현재 진행 중이죠. 불행인지 다행인지 우리가 접하는 모든 매체의 엔딩은 클론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언젠가는 클론들과 함께 생활하는 역사가 도래할 테지만 그 역사가 작가들이 바라왔던 결말과 동일하지만은 않는 그러한 상황이 올 수도 있을지도 모릅니다. 새드엔딩의 결말을 보지 않기 위해 우리는 이 숙제를 적극적으로 풀어보려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5. 오정연, 남십자자리

오정연

얼마 전 '간병 살인'이라는 기사가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화두가 되었습니다. 만 22세 청년이 가난한 살림을 도맡으며 뇌출혈 마비 아버지를 굶겨 죽였다는 안타까운 기사였습니다. 하나뿐이 없는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은 아버지는 아들에게 '내가 허락할 때까지 이 방문을 절대로 열지 말라.'는 말을 남긴 채 죽음을 자처하였습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였던 이 청년을 그 누구 하나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며 대중들은 삼삼오오 모여 탄원서를 제출하였습니다.

 

병이라는 것에 '효(孝)'라는 한 글자로 모든 것을 희생시키기에는 많은 의문점들이 따라옵니다. 장남이니까 또는 네가 자식이니까 라는 합리화로 강요를 주고받기에는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타인에게 온전히 맡기기에는 불안함이 동반되기에 그것 또한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휴머노이드를 이용하여 간병인을 대체하는 제도는 어쩌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일 수도 있겠습니다. 더군다나 함께 생활하고자 하는 인물을 휴머노이드를 통해 동일화시켜 제작이 된다면 환자의 입장에서도 좋은 영향이 갈 가능성이 있겠습니다. 

 

다만 인류의 편의를 위해 다른 행성에 방치된 미래를 만들어버리는 건 서글퍼지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김 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서 가족끼리 같은 하늘을 볼 수 없다는 슬픔에 대해 표현한 문장을 접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 문장이 오정연 작가의 남십자자리 이야기에서도 표현되기에 적절한 문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6. 이루카, 2번 출구에서 만나요

이루카

이루카 작가는 '두 가지 옳음'이라는 주제로 이 단편소설을 이야기하고자 하였답니다. 서로 다른 옳음이 움직여지는 방향에 따라 옳음은 옳지 않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로 인해 한 가지 옳음은 대중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아가며 비난받는 상황에 대해 이루카 작가는 안타까운 마음을 가졌다 합니다.

 

필자는 이 단편소설을 읽으며 자연스레 백신을 떠올렸습니다. 하루빨리 종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부터 나온 접종자들과 한 명의 희생자라도 나와서는 안된다는 주장의 미접종자들의 대립은 이루카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서로 다른 옳음'과 무척 닮아있었습니다. '백신은 절대 맞지 않겠다.'라고 외치는 이들의 말은 어쩌면 '죽고 싶지 않아요.'라는 의미를 내포한 그들의 절규를 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들의 두려움을 헤아리지 못한 채 무조건 '집단면역'을 강요한다면 두 가지 옳음에 대한 갈등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불안과 상처를 어루만저주고 나아갈 방법을 다 함께 모색하려 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살기가 너무 각박하다며 차악만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최선보다는 차악을 선택하는 것. 그것이 정말 최선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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