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소설과 에세이

시간을 파는 상점, 끝없이 흔들리는 청소년을 위하여

초석 THE WRITER 2021. 11. 3.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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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착지 없이 흔들리기만 하던 그 시간들

백과사전에서 사춘기를 검색하면 신체적 변화와 성에 대해 관심을 갖는 시기인 것으로 사춘기의 모든 것을 정의하려 듭니다. 그리고 폭력적인 성향이 생길 가능성을 필수불가결적으로 말합니다. 소아기에서 성인기로 정서적으로 변화하는 만큼 청소년들은 그럴 수 있다고 말이죠.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로 인하여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합니다. 그런 가능성을 당연시하면 청소년기의 학생들도 그 부분에 대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범죄를 부추길 수도 있다고 말이죠.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 세상의 모든 청소년들은 범죄를 저질러야 합니다.

 

필자의 주변에 존재하는 청소년들만 봐도 그런 친구들보다 그렇지 않은 친구들이 많습니다. 필자가 사춘기를 겪었던 어린 시절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날 정도로 어른스러운 면모를 보입니다. 너무 현실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서 안타까운 마음까지 들곤 합니다. 이들은 꿈조차도 창의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때문입니다. 안정적으로 살려는 인간의 욕망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과 잠재능력에 비해 자신들을 과소평가하려는 경향을 보여 그저 마음이 아플 따름입니다.

 

하지만 이들을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그들을 꿈조차 펼치지 못하게끔 살아가도록 만든 것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우리나라의 속담처럼 결국 그들은 어른들의 본보 기물의 결과입니다. 그들이 행복하게 살아가고 삶의 지혜를 깨우칠 수 있도록 우리가 먼저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것인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2. 시간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에서 시간만큼 공평한 것은 없습니다. 우리가 태어나면서부터 금수저나 은수저로 태어나기도 하고, 주어진 운명에 따라 평범하게 살아가기도 불운하게 살아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간은 그 누구에게나 공평합니다. 물론 짧은 인생을 사는 사람들로 인해 시간은 불공평하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환경적인 것일 뿐 시간의 탓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시간의 공평함은 개개인에게 1분을 주어지더라도 누군가에게 조금 긴 1분을 주고 누군가에게 조금 짧은 1분을 선사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처해진 환경에 따라 시간의 속도는 체감적으로 다르게 흘러갑니다. 어린 시절 필자는 어른의 세계가 막연하게 느껴지면서도 머나먼 동화 속 나라인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언젠간 어른이 된다고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내 자신이 어른이 된다는 것이 작은 걸음으로 지구밖에 존재하는 또 다른 행성으로 도달하는 속도만큼이나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어떤 어른이 될지 꿈꾸며 친구들과 소꿉놀이를 통해 역할극을 하며 나만의 이상향을 그리며 매일을 놀아도 그놈의 시간은 절대 흐르지 않았습니다.

 

어른이 되고 보니 시간은 너무 빠르게만 흘러갔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일주일이 흘렀고 그 일주일이 여러 번 반복되니 일 년이 지나고 나이를 한 살 더 먹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연말이 될 때마다 일 년 동안 나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은 채 나이만 먹었다며 탄식을 합니다. 어렸을 때 꿈꾸었던 이상향과는 다른 어른이 되어 버려 후회의 책만 펼쳐 보이는 나를 발견합니다.

시간은 분명 우리에게 공평할진대, 이상하게 우리가 느끼는 속도는 저마다 다르게 흘러갑니다. 강토의 할아버지는 그 흔하디 흔한 핸드폰 조차 소지하고 있지 않습니다. 누군가와 약속을 잡더라도 그 사람과 직접 만나서 약속을 잡습니다. 온조와 만나서 식사를 할 때에는 그저 맛있게 식사를 해야 합니다. 누군가에게 떠밀리듯 나의 시간을 흘러 보내지 않고 시간과의 주도권을 자신에게로 가져왔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느끼고 있는 시간의 속도는 나 하기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닐까요?

 

 

3. 지난번 먹구름과 소경의 잠꼬대 밭 자갈들

시간을 파는 상점의 이야기가 끝나면 이 작품을 심사했던 심사위원들의 평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심사위원들은 총 3명으로서, 시간을 파는 상점이 응모했던 30여 개의 작품 중에 가장 우수했던 작품이었음을 입을 모아 말합니다. 각자의 언어는 달랐지만 시간을 파는 상점을 바라보는 시각은 동일했습니다. 작가의 우수한 필력과 어른들이 바라보는 청소년들의 모습 및 편견에서 벗어나 새로운 프레임 속 청소년기 아이들의 모습을 잘 구현해 냈다는 점이 이 작품의 강점이라고 말했지만, 결론을 내야 한다는 강박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결말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습니다.

 

필자가 바라본 김선영 작가의 시그니처는 이야기 속 인물들의 심리묘사들을 인물들의 태도로서 한정시키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설정값의 분위기를 인물에게 모두 맡겨버리는 편이었습니다. 인물들이 속마음을 내포하거나 그들의 시선을 상대방에게 옮김으로써 이야기의 분위기를 자아내려 했다면 김선영 작가는 인물들이 존재하는 환경적인 요소를 이용하였습니다. 지난번과는 다르게 먹구름에 하늘에 걸려있었다는 표현과 발밑의 자갈들이 째그락거리며 서로에게 속삭였다는 그녀만의 은유적 묘사는 한 편의 영화를 본 것과 같은 느낌을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4. 양쪽에 새로운 발톱이 다시 자랄 때까지

시간을파는상점

이 책의 저자 김선영은 청소년 권장도서인 시간을 파는 상점이라는 도서를 통해 이 메시지를 잘 전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성에 관심을 갖고 폭력적인 면모를 스토리 내에 존재하는 캐릭터에 반영시키지 않았지만 각각의 캐릭터들마다 따로 또는 같이 흔들리고 있는 그들의 고찰들을 표면적으로 잘 드러내 주었습니다. 개개인에 따라 누군가는 다소 약하게 누군가는 양쪽 발톱이 다 빠질 때까지 흔들렸습니다. 그리고 이 시리고 시린 성장과정이 언젠가는 나를 발전시키는 기폭제임을 새 발톱이 자라날 것이라고 은유적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이 도서는 자음과 모음 출판사로부터 주어진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입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소설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흔히들 청소년들을 사춘기라는 단어에 자주 비유시키곤 합니다. 청소년기는 변화의 시기인 만큼 이리저리 흔들리며 방황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시기가 지난다고 흔들리던 시기가 다 지나가지는 않습니다. 어른이 다 된 뒤에도 우리는 끝없이 새로운 흔들림과 방황을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이 소설을 청소년 대상으로 국한시키는 것은 다소 아쉽다는 생각입니다. 사춘기가 끝나지 않은 채 살아가는 어른들도 존재하니까요.

시간을 파는 상점:김선영 장편소설, 자음과모음

 

시간을 파는 상점:김선영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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