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소설과 에세이

김초엽 단편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초석 THE WRITER 2021. 10. 2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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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얼굴에 얼룩이 있는 릴리 다우드너는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꿈꾸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재능을 이용하여 결점이 없는 완벽한 인간을 만드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다만 그녀는 인간배아 디자인에 성공했을 뿐 그녀가 꿈꾸는 유토피아 세상을 만날 수는 없었습니다.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지구밖으로 끄집어내어 그녀만의 유토피아 세상을 창조했습니다. 전쟁과 슬픔, 그리고 고통이라는 감정은 없는 행복하고 평화로운 세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례자들의 대부분은 지구에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그 세상의 시초인 릴리와 올리브마저도 그들의 마지막은 지구였습니다.

유전자 DNA

유토피아는 '그 어떤곳에도 없는 곳'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애초에 "우리가" 꿈꾸는 것들이 각각 다른 세상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고통과 슬픔이 없는 곳일지라도 인생의 방향점이 없다면 그곳은 유토피아가 아니라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2. 스펙트럼

인간은 누구나 현실과 가까운 사실만 보려 합니다. 그 아무리 진실을 말한다고 해도 말이죠. 지금까지 발표했던 수많은 발표 중에 왜곡된 진실이라고 치부하며 넘겨버린 것들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우린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한 반면에 카메라와 녹음기로 사실을 증빙하지 못하면 그것은 진실이 아님으로 치부되는 것들도 많습니다. 진실만을 말하려 해도 증명이라는 것을 해야 합니다.  

 

물론 무조건 믿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진짜 뉴스와 가짜 뉴스를 구별할 줄 아는 해학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어쩌면 겉모습만을 보고 진실을 보고 듣기도 전에 단정 지어 버리는 것은 아닌지 그로 인해 알려져야 할 진실이 안타깝게 묻힌 것은 아닌지 한 번쯤은 뒤돌아 봐야 할 일도 있을 것입니다.

 

3.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슬렌포니아 행성을 가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차례만을 기다려온 안나는 170살의 나이가 든 노인입니다. 워프 항법, 딥 프리징 기술, 그리고 웜홀 기술까지 다양한 과학기술의 발달로 우주 반대편까지 도달할 수 있었지만 인간을 포함한 질량을 가진 물체는 빛의 속도로 도달할 수 없고 경제적인 손실을 입을 수 없다는 이유로 소수를 포기합니다. 소수의 기술 그리고 소수의 인간.. 소수는 그렇게 다수를 위해 늘 희생만을 강요받습니다.

 

이 소설을 읽고 필자는 마음 속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소수의 희생이 단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는 질량을 가진 인간이기 때문인 것인지, 아니면 그것을 경제적 손실과 함께 핑계를 삼는 것인지에 대해 오랜 시간 동안 답을 내려 애를 썼습니다. 경제적 손실은 단순한 핑계고 소수를 위해 애써줄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은 아닐까요? 우주 반대편으로 갈 수 있는 다양한 과학기술들이 그렇게나 많이 발전했음에도 말이죠. 조금만 더 생각했더라면 적은 경제적 손실로도 가족을 만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을 수도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4. 관내분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어쩌면 경이로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10달 동안 새로운 생명을 돌보고 고통스럽게 잉태하여 그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많은 희생이 따르는 일입니다. 시대가 바뀌긴 했어도 여전히 사람들은 엄마로서의 희생과 태도를 강요받습니다. '엄마라면 당연히 자식을 위해 00을 해야 한다.'라는 문장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봄직했을 정도로 익숙한 표현입니다.

 

하지만 엄마라는 존재는 처음부터 엄마로 태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쩌면 당황스러운 인생의 전개일 수도 있습니다. 몸과 마음의 변화를 포함하여 생각의 시선이 나에게서 아이에게로 옮겨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싱글의 생활패턴에서는 가지지 않아도 될 죄책감까지 짊어질 상황들을 마주하게 되니 엄마가 된 존재는 엄마가 된다는 것이 경이롭고 신성한 것이 아닌 내 영혼을 잃어버린 껍데기만 남은 육신이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5. 과학기술은 우리를 유토피아로 인도할 수 있을까

김초엽 작가는 포스텍 화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생화학 석사 학위를 받은 소위 공대생이라고 불리는 인물입니다. 과학만을 다루는 이 공대 여학생은 시인 어머니와 음악가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소설이라는 문학 세계로 자연스럽게 접할 기회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김초엽 작가의 단편소설과 그다음으로 나온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을 차례대로 읽어보면 과학기술 + 사회적 문제를 접목시킨 스토리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과학기술이 인류에게 이로운 것들만 주지 않는다는 메시지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소수들을 끌어안고 이를 과학기술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 한다는 과제를 우리에게 부여하였습니다.

모두가 만족할만한 유토피아 세상을 만드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유토피아의 뜻도 '그 어떤 곳에도 없는 이상향'이라는 의미를 품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 어떤 곳에도 없는 세상이라고 섣불리 단정 짓기 전에 그 방법을 찾아보려는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우리도 모르게 어느 순간 유토피아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김초엽 소설, 허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김초엽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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